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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그림책

안녕, 나의 하비

by 빛너만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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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경 글· 이지현그림
안녕, 나의 하비


   제목을 보고 처음에 '하비가 누굴까? '했다. 표지가 따뜻한 색감이라 제목의 안녕이 만나서 반가워서 하는 인사인 줄로 알았다. 우리말의 "안녕"은 만날 때도 하지만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나의 느낌이 맞았다. 이 책은 슬프지만 따뜻한 책이다.

  무무는 이 책의 주인공이고 하비는 무무의 할아버지다. 무무는 무럭무럭 자라라는 하비가 지어준 이름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꺼이꺼이 우는 바람에 큰 아이와 꼬마아들이 마지막 페이지 읽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픈데 책에서 만난 이별이 더 슬픈 이유는 책 속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현실의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달라서였을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러 간 손님 같았다. 함께한 추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에는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육아를 도와주시는 집을 보면 극과 극으로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육아를 해 보신 적이 없는 할아버지는 손주의 육아도 할 수가 없다. 잠깐 놀아주는 정도는 가능할지 몰라도 할머니처럼 하루종일 함께 있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이들의  외할아버지만 해도 아이들을 봐달라고 잠깐 맡기고 외출한 사이 아이들만 놔두고 외출을 하셔서 나는 기겁을 했고 그 후로는 맡기는 일은 없다. 
 
 나는 무무가 부럽다.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도 부럽고 혼자만의 공간인 비밀기지 인디언텐트도 그렇다.
  매일 층간소음이 걱정돼 외가에가나 친가에 가나 집에서나 뛰지 말란 소리 속에 자라는 아이들도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어른들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음이다.

 매일 밖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무궁무진하니 얼마나 좋을까. 매일 학교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 것 같다. 
무무는 하비가 만들어준 저금통에 ‘멋진 나’를 채워가는 중이다. 저금통이 꽉 차면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는 하비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무무와 하비,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무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하비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려 한다. 우리는 이별해도 함께했던 추억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함께했던 추억이 좋았던 감정이 떠오르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죽었지만 죽지않는 살구나무처럼 이별 뒤에는 새로운 생명과 또 다른 만남이 있다. 그것이 하비와 함께 나눈 시간이 언제나 무무와 함께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가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어제 읽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죽음에 관한 인상 깊은 글을 인용해 본다.

죽음은 이어 짐이다. 그것은 내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줌으로써 세상이란 이 공간을 영속시키는 자연의 확고한 의지요, 무한한 자비로움이다. 나의 시간을 끝냄으로써 세상의 시간이 계속 흐르게 만드는 대자연의 손길이다. 나의 시간이 다음 세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주는 관대한 손이다. 

하비와 무무의 “ 하비, 하비가 제 할아버지여서 정말 좋아요. 하비, 사랑해요!”
무무의 사랑이 가득 담긴 작별인사가 마음에 남는다.

새로 나온 아기 살구나무를 보며 하늘을 향해 “하비,! 고마워요.”를 외치는 무무의 밝은 표정이 상상된다. 
이별은 아프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슬퍼도 잘 찾아보면 웃을 일이 남아 있다는  하비의 말처럼 …
(하비의 실제 모델은 주목 나무 울타리를 아주 멋지게 가꾸시는 인형조각가 한명철 선생님이라고 한다. )


“무무! 얻은 걸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단다. 그래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어.”

내 귀에도 하비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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