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처음에 '하비가 누굴까? '했다. 표지가 따뜻한 색감이라 제목의 안녕이 만나서 반가워서 하는 인사인 줄로 알았다. 우리말의 "안녕"은 만날 때도 하지만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나의 느낌이 맞았다. 이 책은 슬프지만 따뜻한 책이다.
무무는 이 책의 주인공이고 하비는 무무의 할아버지다. 무무는 무럭무럭 자라라는 하비가 지어준 이름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꺼이꺼이 우는 바람에 큰 아이와 꼬마아들이 마지막 페이지 읽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픈데 책에서 만난 이별이 더 슬픈 이유는 책 속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현실의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달라서였을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러 간 손님 같았다. 함께한 추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에는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육아를 도와주시는 집을 보면 극과 극으로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육아를 해 보신 적이 없는 할아버지는 손주의 육아도 할 수가 없다. 잠깐 놀아주는 정도는 가능할지 몰라도 할머니처럼 하루종일 함께 있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이들의 외할아버지만 해도 아이들을 봐달라고 잠깐 맡기고 외출한 사이 아이들만 놔두고 외출을 하셔서 나는 기겁을 했고 그 후로는 맡기는 일은 없다.
나는 무무가 부럽다.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도 부럽고 혼자만의 공간인 비밀기지 인디언텐트도 그렇다.
매일 층간소음이 걱정돼 외가에가나 친가에 가나 집에서나 뛰지 말란 소리 속에 자라는 아이들도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어른들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음이다.
매일 밖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무궁무진하니 얼마나 좋을까. 매일 학교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 것 같다.
무무는 하비가 만들어준 저금통에 ‘멋진 나’를 채워가는 중이다. 저금통이 꽉 차면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는 하비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무무와 하비,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무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하비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려 한다. 우리는 이별해도 함께했던 추억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함께했던 추억이 좋았던 감정이 떠오르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죽었지만 죽지않는 살구나무처럼 이별 뒤에는 새로운 생명과 또 다른 만남이 있다. 그것이 하비와 함께 나눈 시간이 언제나 무무와 함께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가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어제 읽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죽음에 관한 인상 깊은 글을 인용해 본다.
죽음은 이어 짐이다. 그것은 내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줌으로써 세상이란 이 공간을 영속시키는 자연의 확고한 의지요, 무한한 자비로움이다. 나의 시간을 끝냄으로써 세상의 시간이 계속 흐르게 만드는 대자연의 손길이다. 나의 시간이 다음 세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주는 관대한 손이다.
하비와 무무의 “ 하비, 하비가 제 할아버지여서 정말 좋아요. 하비, 사랑해요!”
무무의 사랑이 가득 담긴 작별인사가 마음에 남는다.
새로 나온 아기 살구나무를 보며 하늘을 향해 “하비,! 고마워요.”를 외치는 무무의 밝은 표정이 상상된다.
이별은 아프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슬퍼도 잘 찾아보면 웃을 일이 남아 있다는 하비의 말처럼 …
(하비의 실제 모델은 주목 나무 울타리를 아주 멋지게 가꾸시는 인형조각가 한명철 선생님이라고 한다. )
“무무! 얻은 걸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단다. 그래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어.”
내 귀에도 하비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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