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제레미네 집은 외국버전 만년샤쓰 같은 느낌이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그 신발을 보자면 뿅가맨의 아이가 조금 성장한 버전이라고도 느껴진다.
바로 그 신발은 어떤 신발일까?
하얀 줄무늬가 두 개 있는 목이 긴 검정 운동화.
그게 뭐라고.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다. 라떼는 라코스테, 잭니클라우스의 양말을 신는 것이 유행이었다. 신발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으니 양말을 신는 거였을까. 너도나도 곰과 악어모양의 양말을 신는데 그게 또 좋아보였다.
며칠이 지나니 다 신었다. 브랜든도 네이트도 자코비와 테렌스도
그러고보니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나이키의 덩크로우가 유행인것 같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밖에 나가면 똑같은 덩크로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온통 그 생각뿐인 제레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날이면 몇 날 며칠을 그 물건만 생각나는 때가 요즘도 있다.
급식실에서 모두 똑같이 신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운동화가 교복도 아니고 이건 좀 아니지 싶다. 혼자만 다른 신발을 신은 제레미의 표정이 기죽어 보인다. 이와중에 나는 샌드위치 천원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처럼 식료품 인플레이션을 체감하는 가정주부에게 저 샌드위치의 가격은 매력지다.
알프레이 선생님이 주신 신발을 신고 교실로 갔을 때 모두가 웃었지만 안토니오는 웃지 않았다. 제레미가 어떤 마음일지 안토니오는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싼 새 신발을 사줄 수 없어 중고품 가게를 제안하는 제레미가, 할머니와 손을 잡고 중고품 쇼윈도를 보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발에 맞지 않는 그 신발을 산 후 신지도 않고 고이 모셔두고선 친구 안토니오의 떨어진 신발을 보고 '그렇게 할 수 없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중얼거리는 제레미는 착한 아이이다.
아마도 제레미는 안토니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기에 신발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Robin이라면 제레미처럼 안토니오에게 그 신발을 줄 수 있을까?
나라면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은 사지 않았을 거야.
Thomas는 어때?
저 신발이 뭐가 멋있어? 내 어몽어스 신발이 더 멋있어.
응?
사실 꼬마에게 어몽어스 신발이 없다. 형아에게 물려받은 신발이 많이 있는데도 항상 아디다스 슈퍼스타만 고집하기 때문에 발이 클 때마다 새로 사줘야 하는 실정이다. 라떼는 물려받아서도 신지 못했던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요즘은 많고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품질 아니겠니. 그래도 나는 스우시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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