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의 최고문학상인 아우구스트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쓰여있는 이 책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고릴라의 울음소리가 어땠는지 분명 들어본 적이 있었을 텐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책에선 고릴라의 울음소리가 섬뜩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 사람이 연기하고 음향이 합쳐진다면 영화관에서 고릴라에게 감정이입한 채 펑펑 울고 있을 내 모습이 상상된다. 보스가 보르네오 섬에서 잠들었을 때, 바바와 샐리존스가 그를 두고 떠나자고 했을 때 사실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함께 살아남았으니 믿어도 좋을만한 좋은 사람일 거야. ’, ‘보르네오 섬으로 들어가는 것보단 보스와 함께 있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또 한편으론 처음엔 좋은 사람처럼 보였으나 샐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코르넬리아 보르초프 남작부인처럼 어쩌면 욕심 앞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할 수도 있지. 그 여자가 처음 동물을 사랑하는 슐츠부인이라고 소개가 나왔을 때 표정이 없는 부인의 모습에 그다지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두 번째로 샐리에게 상처를 준 바바는 정말 얄밉고 배은망덕한 오랑우탄이 아닌가. 상처받은 샐리가 너무 애처롭게 느껴졌다. 바바는 원초적인 본능에 따르는 동물 같은 모습이 강하고 샐리는 사람 같은 모습이 강하다. 바바가 배고픔에 못 이겨 정신없이 먹다 붙잡혔고 그런 바바를 찾으러 나섰다 같이 붙잡혔을 때도 샐리는 바바에게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고 보르네오섬에서 바바가 새로운 친구들과 노느라 샐리를 챙기지 않을 때에도 샐리는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바바가 샐리를 내버려 둔 채 무리와 떠났을 때 상처받고 버려진 샐리가 너무도 안쓰러웠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카스파르 마이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멍청한 생활을 하며 빤히 보이는 결과에 도달하고 그 모든 불행을 샐리존스의 탓으로 여기고 샐리를 못살게 굴고 결국 못된 짓을 한 벌로 죽게 된 것이 아닌가. 그를 위한 장례비용도 아깝다.
책을 덮자 아이들은 말한다.
엄마 진짜 있었던 일일까?
이야기 책을 읽을 때면 항상 묻는다. 진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가 아이들은 그게 제일 궁금한가 보다.
코르넬리아 보르초프 남작부인을 보면서 큰 아이는
이 사람 나쁜 사람이네.
진짜 못 됐다.
도둑질을 하는 나쁜 사람이기는 하지만 샐리에게는 좋은 사람인 거잖아.
이렇게 말하는 꼬마의 말을 듣고 보니 샐리의 관점에서 보는 꼬마의 말도 그럴듯하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샐리는 아프리카에서 3주 만에 떠날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그리워하며 긴 시간을 기다리며 돌아오길 바라는 보스의 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돌아온 것이었을까.
고된 여행을 죽지 않고 해낸, 안정된 생활에 머무르지 않고 보스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샐리존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loving > 그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책)나탈리 포트만의 새로 쓴 우화 (2) | 2022.12.31 |
---|---|
(그림책)이야기는 계속될 거야 (0) | 2022.12.30 |
(그림책)쓰레기 괴물 (1) | 2022.12.11 |
(그림책)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0) | 2022.12.09 |
(그림책)사과나무위의 죽음 (0) | 2022.11.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