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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ing/미국

[알자]외국어습득과 외국어교육

by 빛너만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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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엄마들 두셋이 모이면 아이들 학원이나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주요 화제다. (지금도 커피숍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한 테이블에서 엄마 셋이 모여서 자녀들 영어, 수학 이야기하고 있다. 내 테이블과 한참 떨어져 있는데도 다 들릴 정도로 열심히 토론 중이시다. 저런 열정이라면 엄마들이 S대 가실 수 있겠다). 친구들의 모임이 아닌 또래 아이들을 자녀로 두고 같은 학교와 학원에 보내는 엄마들이라서 그런가 보다. 그 중에서도 영어 학원, 영어 교육은 수학만큼 인기 많은 주제다. 다행히 나는 그 주제에 관해서는 한시름 놓고 있어도 된다. 그렇지만 엄마들의 고민을 듣다 보니 전염이 되었는지 아님 오지랖이 발동했는지 영어(외국어) 교육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게 되었다. 또한 우리 아이들도 외국어(그러니까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다.

 

나는 외국어 전공자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니지만 유학하면서 영어로 공부하고 이민자로서 제2 외국어로 내 인생의 반이상을 살아왔다. 게다가 아이들을 외국에서 낳고 기르다 보니 외국어 교육, 모국어 교육이 삶에 베어 들어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미국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래서 더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다. 남편과 나는 전문적인 위치에서 미국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미국 본토 발음을 흉내 낼 수도 없고 직장에서 돌아오면 집에서는 영어로 꼬인 혀를 푸느라 한국말만 한다. “외국어 습득 6개월 만에 본토어 된다” “한 달 만에 귀가 뚫렸어요” “영화 대사가 다 들려요” 이런 말이나 광고 믿고 싶지만 내가 해 보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고 타고난 재능이 있을 수 있지만 광고라는 것은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보통 사람인 나로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그래도 미국 대학에서 미국 본토 학생 카운슬러(Academic Advisor)로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 서두에 뜻하지 않게 내 소개를 하였지만 오늘 포스트의 주제는 우리 아이들의 외국어 습득 과정과 효과적인 외국어 교육법이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일 년 동안 지내면서 한국어를 읽고 쓰는 과정을 보니 역으로 한국에서 수많은 영어 교육이 효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알듯 하다. 이미 엄마들도 영어 교육자들도 다 알고 있을 이론인데 전문가가 연구를 통해 논문을 내고 주장을 하니 한번 집고 넘어가려한다. 인터넷에 검색어만 넣어주면 유명한 언어학자들의 연구나 자료가 방대하게 있기에 여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터득한 정보만 올리려고 한다. ‘쉽고 재밌게’가 나의 배움의 모토이기에 이에 충실하려고 한다.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이론이라면 아무리 좋은 연구나 이론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Dr. Stephen Krashen은 외국어 교육, 다중언어 교육에 주력한 언어학자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다섯 가지 가설로 정리해 놓았다. 다섯 가지 가설로 나누고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데, 어떤 자료를 읽어봐도 또 해당 유튜브 비디오를 봐도 그게 다 비슷비슷하고 그 말이 그 말 같다. 이미 밝혔지만 언어학은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이해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이해를 잘하긴 했나 보다. Krashen의 이론을 설명한 또 다른 학자가 다섯 개의 가설은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 통합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나의 학습 철학으로 다시 돌아가서 Krashen의 이론을 쉽고 재밌게 풀어보겠다. 우선 Krashen의 다섯 가지 가설을 짚어보자. 

  • Acquisition-Learning Hypothesis (습득과 학습 가설)
  • Natural Order Hypothesis (자연적 순서 가설) 
  • Monitor Hypothesis (모니터 가설)
  • Input Hypothesis (입력 가설)
  • Affective Filter Hypothesis (감정적 여과기 가설)

첫 번째로, 습득과 학습 가설은 아이들은 언어를 무의식적 상태에서 습득하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공부를 통해서 학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적 상태에서 외국어를 받아들여서 배우게 되는 경우와 의식적으로 공부하면서 익혀가는 과정이 이에 해당된다.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라면 해당 외국어에 많이 노출이 되면 될수록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의식적으로 공부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것은 교실에서 영어 또는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이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 자연적 순서 가설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빨리 익혀지는 것과 이보다 더디게 익혀지는 것을 발견해서 빠르게 익혀지는 것의 순서를 정하고 익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보편적으로 -ing형태의 진행형이 빨리 익히는 순서에 들어가고 3인칭이나 소유격은 영어를 배우고 1 정도가 되어야 익히는 순서라고 한다. 하지만 가설을일반화할 없는 이유가 개인별로 다른 성향이 나타날 있고 빠르고 느린 순서에 관하여 해당 외국어(, 영어 언어) 망라할 만큼 정돈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고개를 끄덕인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발견된 실례가 있어서이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떠올려보면, -ing 진행형을 곧잘 사용했다.

엄마 응가잉(ing)하고 있어이렇게 아무데나 ‘ing’ 섞어가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면서 서서히 배우기 시작했다. 

 

세 번째 모니터 가설사람들에게는 뇌를 사용하여 의식적으로 수정, 교정, 편집을 거쳐 완전한 문장이 되면 말을 하게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고 이것으로 외국어를 습득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장치가 너무 성실히 작동되면 외국어 습득에 제동이 걸리고 매끄럽게 말하는 것에 부담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외국의 식당에 가서 해당 외국어로 음식 주문하려는데 머릿속에서 모든 메뉴를 정해서 주문할 멘트까지 완벽하게 정리하다 보면 영업시간 끝나도 모자랄 수도 있다. 한국 사람의 경우 외국어를 배울 때 뇌 속의 모니터 장치를 최고조로 작동시키는 듯하다. 그래서 완벽한 문장이 되지 않으면 차라리 말을 시작하지 않다 보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기자회견 중에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하라고 기회를 줬지만 날고 긴다는 한국 기자들이 아무도 질문을 못했던 것이 모니터 장치가 너무 완벽하게 작동되고 있었던 듯하다. 한국인과 대조적인 경우가, 중국인이다. 미국에서도 중국 사람들은 발음도 좋지 않은데 거침없이 말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무래도 모니터 장치를 그냥 꺼놓은 듯하다.  그러니 오바마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 꿀 먹은 벙어리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중국인 기자가 손을 번쩍번쩍 들면서 질문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던가.

 

네 번째로는 입력 가설은 입력을 받아서 이해한 후에 의사 소통시에 사용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가설은 외국어 뿐 아니라 아기가 모국어를 습득하게 되는 과정으로도 설명될 있다. 아기가 태어난 8개월에서 16개월 사이에 언어의 입력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기간을 언어능력의 기초 형성기라고 할 수있다. 이 시기에 구조가 간단하고, 규칙적으로 입력이 가능하며, 사용빈도수가 높고, 정확한 발음으로 입력되는 단어 또는 문장을 받아 들이고 뇌에 축적한다. 입력시기가 끝나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입력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Krashen 박사는 이상적인 입력 활동으로 네 가지를 가지를 꼽았다.

  1. 이해 가능한 것
  2. 흥미 있고 자연적인 것
  3. 문법 중심 배열이 된 것이 아닌 것
  4. 충분한 양으로 이루어진 것

한 줄로 요약하면, 이해 가능하면서 재밌는 의사소통이 충분하게 이루어지면 언어 능력이 서서히 이루어지면서 문법은 자연적으로 따라온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정적 여과기 가설 정서적 여과장치가 동기, 욕구, 태도, 감정 상태에 기초하여 입력되는 언어를 잠재의식적으로 걸러낸다는 것이다. 이 여과장치, 즉 필터는 언어를 습득하려는 아이에게 목표가 되는 모델 선정, 언어의 여러 부분에서 먼저 관심 있는 부분을 선택, 습득 노력 시기의 결정, 습득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필터는 아이들의 불안, 동기,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다. 강압적 환경에서는 불안감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저하되어 언어습득에 어려운 상태가 된다.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면 필터가 낮아져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언어습득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의 이론을 내 맘대로 해석하여 결론을 내리자면, 아이들의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는 자신감과 재미와 흥미, 편안한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엄마들이여! 아이들이 영어나 외국어를 술술 하게 만들려면 억지로 공부를 많이 시켜서 성적 올려주는 유명학원보다는 콩글리쉬를 하더라도 폭풍 칭찬을 해 주는 착한 학원이 탁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한국의 실정상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서 납득도 공감도 안 간다는 것을 알기에 또 다른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10개월치 영어학원비를 모아서 겨울방학 한 달 동안 미국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에서 영어공부와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는 사람 없는 미국에서 시골 마을, 작은 학교를 어떻게 찾냐고? 끝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로 우리 동네, 작은 학교로의 초대장을 보낸다. 기생충 영화의 대사 같지만 우리 동네는 일리노이주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뉴스쿨이라는 작지만 친절한 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 한 달간의 등록을 권하며 자세한 절차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댓글 남기면 상세히 알려주고 도움을 주겠다. 

 

부록으로 아래에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큰 아이가 '가나다'도 모르는 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 입학해서 '받아쓰기'라는 고시를 통해 '빵점'이라는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 얻어낸 외국어 습득(한국

)의 과정을 보여준다. 엄마에게 혼나고 사과의 편지를 한글로 써서 비행기로 보내줬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엄마로서 해야했던 것은 인내와 격려였다. 받아쓰기 빵점 맞아와도 혼내지 않고 한 개만 맞아와도 축하파티를 해 주는 등 자신감과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정말로 6개월 만에 한글을 읽고 쓰는 수준이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발음이 나오는데로 썼지만 사개월만에 자기 의사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둘째도 형보고 따라하더니 'me'라면서 보여준다. 한글과 영어가 뒤섞인 혼동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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