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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ing/미국

[미국문화vs한국문화]Youngest First

by 빛너만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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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린 놀이터 이야기에서 나이에 민감한 아이들을 언급했었다. 한국에서는 놀이터뿐 아니라 어린이나 어른의 인간관계에서 통성명을 하고 나면(때론 하기도 전에) 나이를 묻는다. 서열을 따지기 위해 묻기도 하지만 내 경우에는 서먹함을 덜고자 나이를 써먹는다. 내게는 그게 웃지 못할 이유가 있다. 첫 아이를 서른 후반에 낳고 둘째를 마흔이 넘어서 낳았기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의 나이를 기준으로 내 나이를 가늠할까 봐 미리 이실직고하려는 이유가 있다. 나이가 많다고 대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차후에 생길 수도 있는 오해를 사전에 막으려는 것뿐이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세계보다 더 중요하다. 한살만 많아도 맞먹을 수 없는 형님이고 한 살만 어려도 친구가 아닌 동생이다. 개월 수로 따지자면 한두 달 밖에 차이가 안나도 연도가 먼저라면 엄연한 형님이다. 아이들의 인간관계에서 서열 정리와 호칭 정리를 위해서 나이를 묻는 것은 첫 번째 치러야 하는 절차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낯선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이를 종종 묻는다. 

 

집 근처 호숫가에 물놀이를 하러 갔을 때, 한쪽 나무 그늘 밑에서 Pinata가 진행되고 있었다. 피냐타라고 하는 놀이는 스페인어권 문화에서 아이들의 생일에 하는 행사로 종이박스로 만든 캐릭터 인형 속에 사탕과 장난감을 넣고 생일 당사자가 눈을 가리고 막대기로 쳐서 터트리는 것이다. 낯섦이 전혀 없는 우리 아이들은 알지도 못하고 초대도 받지 않은 남의 생일파티에 요런 얼굴로 들이대면서 끼워달라고 했다. 순진한 미국 아이들이 이 표정에 넘어가서 흔쾌히 초대받지 않은 손님 둘을 끼워줬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한 슈렉의 고양이 눈빛

피냐타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무리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듯한 남자아이가 우리 두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고 바로 뒤이어 나이를 물어본다. 이유인 즉, 누가 가장 어린지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둘째의 나이가 그 무리 중에서 가장 어렸고 (4살) 생일을 맞이한 아이보다도 3살이 어렸다. 나이를 어린순으로 서열 정리가 되자 리더 격의 아이가 “Youngest first” 란다. 얼떨결에 우리 아이가 가장 어리다는 특혜로 가장 먼저 피냐타를 칠 수 있었다. 생일을 맞이한 장본인보다도 먼저. 

한국은 아래위를 가리고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장유유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장유유서 (長幼有序)는 한자풀이 대로 하자면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이다. 어른을 먼저, 집안에서는 첫째가 먼저...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먼저 대접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노약자 먼저, 임산부 우대 등등 약한 사람들을 먼저 대우해주기도 한다. 동양학을 연구하는 단국대학교 장유승 박사의 해석에 의하면 장유유서는 나이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집성촌의 형태로 살아온 우리 옛 가족형태에서 나이와는 별개로 항렬을 따져 서열을 정리하다 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항렬이 높을수록 어른 대접을 해 줘야 한다는 가족윤리에서 비롯된 것이란다. 

하지만 미국의 'Youngest first'를 경험하고 보니 형제관계나 교우관계에서도 어리거나 약한 사람을 먼저 챙기는 것이 더 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Oldest first' 보다 'Youngest first' '어린 사람 먼저'가 이해심이나 배려심을 가르치기에 더 맞아떨어진다. 그렇지만 첫째가 너무 서운하지 않게 부모가 아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균형이라...아~~부모 역할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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