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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 내가 하는 특별한 일

by 빛너만 2026.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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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내 직업을 말하면 하면 대부분 오해하거나 이해를 못한다.

한국에는 같은 직종이 없는게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는 영어를 아는 사람들이 직책명에서 유추해 보지만 역시 그러한 직업이 한국에 없다보니 다른 직업으로 오해를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 대학 교육 받은 나의 가족들도 내가 미국 대학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는데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매번 설명을 해 줘야 고개를 끄덕인다.

눈과 마음을 끌어 당기는 날쌔고 세련된 서론으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나의 분야에 생소한 분들을 위해 천천히 그리고 길게 설명을 시작하려 한다. 먼저, 기본적인 대학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을 해 본다. 한국 대학의 기원은 근대식 학교에서 현대 대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아서 대부분의 대학의 시스템이나 구조가 미국 대학과 유사하다. 나는 미국에 유학 오기 전에 한국의 한 국립대학에서 3년 정도 일을 했었다. 그래서 두 나라의 대학의 구조나 부서, 직책 등 유사한 부분을 자신있게 꼽을 수 있다. 또한 상이한 점도 세세히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학기의 시기나 방학 등 학사력에서 상반된다. 미국은 가을 학기가 첫 학기라면 한국은 봄 학기가 첫 학기가 된다. 또한 미국에는 겨울 방학이 없는데 한국에는 긴 겨울 방학이 있다. 또 한가지 다른 점은, 미국 대학에는 각 전공마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 외에 어드바이저라고 해서 학생들의 학사 과정과 수업 등록, 졸업 사정 등을 도와주는 academic advisor가 있다. 한국 초중고의 담임선생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근접하다. 성적이 낮아지거나 학업에 문제가 생기면 어드바이저가 조언을 하거나 학생이 학업, 학사 등에 관련하여 질문이나 도움을 요청 한다. 내가 현재 미국 대학에서 10여년 이상 해 온 일이다.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어드바이저의 역할이나 직업에 대해서 익숙하다. 미국에는 2년제 전문 대학이든 4년제 대학이든 어떠한 형태의 교육기관에는 어드바이저가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에도 어드바이저가 있다. Academic Advisor, 또는 School Counselor라고 불리는데 한국의 진학 상담 교사와 비슷하다고 할수 있다. 내가 한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상담 교사 또는 진로지도 교사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학교 폭력, 정서 문제, 또는 진로 다양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문 상담사의 필요성이 증가되었다. 이후 2005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기초 교육기관에 전문상담교사가 공식 교원 자격으로 자리 잡고 학교에 배치되지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상담 교사가 1950년대부터 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라는 법을 통해서 학교 상담 프로그램에 대규모 연방 지원이 이루어졌고 상담 교사가 본격적으로 전문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카운셀러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이해 한다. 하지만 어드바이저라는 직업을 쉽게 이해 못하는 것은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 익숙치가 않은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업무를 병행 한다거나 대학에서는 대학생은 성인이라는 명목 하에 학업을 관리해주는 담임(어드바이저)을 따로 두지 않는다거나 행정 조교들이 필요에 따라 조언을 해 주는 정도이다. 미국은 상담을 전문직으로 분리하고, 학사 상담 및 학업 관리를 기능별 분업 구조로 확실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중학교부터 담임 중심 구조가 아닌 대학처럼 과목마다 담당 선생님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지정된 한 교실에서 전교시 수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수업마다 교실을 옮겨다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담임 역활을 할 수 있는 전담 상담사 또는 카운셀러를 배치해서 성장기 학생들의 심리, 적성, 진로 등을 따로 전문적으로 관리해 왔다.

Academic Advisor는 학위 과정에 필요한 정보나 학업을 주어진 시간내에 이어가도록 도움을 주며 학업의 최종 목적인 학위를 취득하게 이끌어준다. 하지만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학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개인 사정, 건강 문제, 가족 이야기, 진로 문제등 학생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다루게 된다. 가령, 학생이 전공 필수 과목을 완료하지 못해서 졸업이 미뤄진 주요 사안을 이야기하려면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학생 본인의 문제인지, 교수의 문제인지 알아야 제대로 조언을 하고 졸업을 위한 다음 단계로 안내를 할 수 있다. 앞 뒤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학생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진정한 어드바이저의 역할이 아니다. 학생에 대해서 알아야 그에 맞는 조언도 해 줄수가 있다. 학생과의 미팅이 보통 45분으로 잡혀있다. 그 시간동안 학생의 개인 사정부터, 현재 처해 있는 상황, 학업의 어려움, 교수 뒷담화까지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 사이에 어드바이저는 필요한 정보를 추려내고 판단해서 학생에게 그 다음 학기를 이어갈 수 있게 위로와 용기를 북돋고 동기를 부여하며 필요한 학사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사회 생활과 직장 생활에서 인간 관계가 주요한 역할을 하며,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인간 관계의 소재들이다. 미국 대학에서 나의 일이란 학생들과의 관계가 가장 주요한 업무이다. 미국 내 세곳의 주립 대학과 10개 이상의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상담해왔고 내가 전담했던 학생들이 매해 최소 300명에서 500명이었으니 그동안 만난 학생들을 모두 합하면 수천명은 될 것이다. 이 모든 학생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한두번 얼굴을 대면하고 만났어도 기억에 없고 한 두학기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이 스쳐 지나간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매년, 매학기 학생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인간의 성격 및 본성들을 배우고 알아가는 재미는 이 일에서 얻는 부수입이다. 일에서 재미를 느낄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축복 안에는 내가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 묘한 힘의 원리도 있다.

나와 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이 어드바이저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학생과 상담자로서 동등한 위치인 듯 하지만 그 사이에 힘의 원리가 작용하고 어드바이저가 그 힘을 가진 자이다. 힘이라는 것은 그 위치 자체에서 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관계를 하면서 신뢰와 전문성, 지식의 정도에 따라 그 힘의 크기가 커지면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주면 줄 수록 그 힘이 더욱 커지고 영향력이 커지는 입장에 서 있다면 그 관계에 있어서 구지 힘 쓰지 않아도 얻게 된다. 힘은 매력적이다. 작은 힘이라도 그 파워가 느껴지면 더 갖고 싶고 누리고 싶어진다. 학생과의 관계를 힘으로 표현하니 비지니스적으로 들리겠지만, 나는 나의 일에 자부심이 있고 내게 배정된 학생들에게 애착이 있다. 누군가를 챙겨주고 도우려는 마음이 없이는 즐길 수 없는 일이다. 학사에 관련된 도움 이외에도 진로, 가정사, 개인 고민 등 조언을 하다 보면 그 관계는 친구처럼 가까워지고 돈독해진다. 

미국에서 20여년이 넘는 이민생활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새로운 것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삶이 지루할 새가 없고 여전히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새로운 세계를 보고 직접 배우고 싶다고 떠나온 미국 유학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 초심을 잃지 않고 미국에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여러 다양한 일들을 체험하면서 미국의 주류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AI의 핵심 기술을 직접 발명해내고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Turing Award를 수상한  리처드 서튼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모방하고 흉내를 낼 뿐이라고 했다. 그 이유가 AI가 얻은 지식과 데이터는 경험으로부터 학습한 것이 아니라 단지 수조의 데이터가 주입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손과 발, 눈과 귀 모든 신체를 사용하여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면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을 하여 얻은 지식으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을 하는 것이 AI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주장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내가 실제 세상을 배우고 경험하고 학습한 방법이다. 여러 다양한 일을 통해서 미국 문화를 알아가고 사회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 그 안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학생들과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외국 사람들과 친숙해지며, 기억에 남았던 일들을 소개한다. 나와 학생 간의 대화와 내 일터에서 매일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외국인들과의 진솔한 인간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한다. 내가 풀어 놓을 이야기 속에서, 미국 사람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AI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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