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이 미국 여행에서 미국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친정 부모님도 우리집에 방문하셨을 때를 회상하시면서 늘 그러신다. “미국 사람들은 참 친절해, 모르는 사람한테도 인사를 하잖어.” 길을 가다 눈을 마주치면 낯선 외국인에게도 상냥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것에 크게 감동을 받으셨다. 그게 본인들에게만 유난히 친절했다고 착각을 하시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낯선 이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친절한 행위라기보다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길을 가면서 마주치는 사람이 누가됬건 ‘하이’라고 간단히 손을 들어 올리거나 웃으면서 눈인사를 하는 것은 이곳의 문화이다. 문화라는 것은 해당 지역의 구성원들의 생활양식이기에 하지 않으면 더 어색한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잘못은 아니지만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눈을 안마주치기보다 마주치는 것이 일상생활이고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
미국에서 20여년을 지내다 한국에서 일 년을 살아보니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지나치는 사람을 그냥 지나쳐야하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거나 간단한 인사도 하지 않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쳐다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도둑질이라도 하다가 들킨 사람 마냥 시선을 재빨리 돌려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인사라도 건네게 되면 “누구신지? 저 아세요?”라는 의문의 총알이 날아와 박히면 그 무안함에 쓰러질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십수년을 살아서 그 문화가 몸에 배었는지 지나치는 사람에게 눈인사도 안 하려니 그것만큼 부자연스러운 것이 없다. 뻔히 사람이 지나가는데 모른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남의집 강아지나 길고양이가 지나가도 눈을 맞추면서 말을 걸기도 하는데 말이다. 뻔히 있는 사람을 모른 척, 없는 척하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게다가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경비 아저씨나, 아파트 한통로 이웃들에게는 인사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아파트 앞 과일가게 아저씨, 매일 마주치는 야쿠르트 아줌마 등등… 매일 보고 만나는데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아예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한테도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시켰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인사를 하는 것이고, 심지어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신호대기에 서있는 택배 오토바이 아저씨들에게도 인사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은 당연하고 누구라도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오면 인사는 자동이다. 택배아저씨, 치킨, 피자 배달맨까지도 늘 만나는 이웃이 아닌데도 인사를 하니 예의 바른 아이들이라며 칭찬을 많이 들었다. 예의를 차리려고 한게 아닌데, 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한 것인데 말이다.

누군가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느끼는 편함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가치관의 차이라기 보다는 환경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가 아닐까. 그런데 내 자신의 내면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보면 미국에 좀 살아봐서 불편해진 게 아닌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람의 본성은 '좋은걸 좋아한다'. 인사받는 것 구지 거부하는 사람 없고, 사랑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 없고, 관심받는 거 마다할 사람 없듯이 말이다. 우리는 한국이 되었든 미국이 되었든 또는 세계 다른 어디가 되었든 사람이라서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는 게 더 쉽고 싫어하기보다는 좋아하기가 덜 피곤한 것 같다. 우리 모두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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