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기도
(깨어 일어나며)
잠에서 깨어 일어나며 나는 웃네.
싱그런 스물네 시간이 내 앞에 있구나.
순간순간 꼭 채워 살면서
모든 것을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리라.
(거울을 보며)
깨어 있음은 거울,
땅, 물, 불, 바람이라는
네 가지 근본을 비추는 거울이어라.
아름다움은 가슴,
사랑과 열린 마음을 낳아 주는 가슴이어라.
(물을 받으며)
물이 산 높은 데서 흐르네.
물이 땅 깊은 데서 달리네.
기적이구나,
우리에게로 오고
만물을 살려 주는 물이여.
(손을 씻으며)
물이 내 손 위로 흐르네.
잘 아껴 써서
소중한 직별을 보존해야지.
(이를 닦으며)
이를 닦고 입을 헹구며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말할 것을 서원하네.
내 입이 바른 말로 향기로울 때
내 가슴 정원에 꽃 한 송이 피어나겠지.
(옷을 입으며)
옷을 입으며
이 옷을 만든 이들과
이 옷으로 바뀐 물질들이 고맙구나.
바라건대 모든 이들이 넉넉하게 옷을 입었으면.
(포옹하며)
숨을 들이쉬면서, 내 아이를 껴안으니 참 행복하구나.
숨을 내쉬면서, 네가 내 품에서 진실로 살아 있음을 안다.
(비질을 하며)
깨어남의 바닥을 조심스레 비질할 때
깨달음의 나무 하나 대지에서 돋아나리.
(욕실을 청소하며)
북북 문질러 깨끗이 닦네.
얼마나 놀라운가!
날마다 가슴과 머리가 깨끗해지니.
(걸으며)
마음은 만 갈래로 흩어지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길,
평화로이 걷고 있네.
발걸음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
발걸음마다 한 송이 꽃.
(밭을 가꾸며)
흙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흙이 우리를 먹여 살리네.
우리 다시 흙으로 돌아가니
태어남과 죽음이 순간마다 여기 있구나.
(채소를 씻으며)
신선한 채소에서 초록빛 해를 보네.
만물이 더불어 생명을 살리네.
(쓰레기를 버리며)
쓰레기에서 한 송이 장미를 보고
장미에서 쓰레기를 보네.
만물은 끝없이 바뀌네.
영원 또한 순간이구나.

* 얼마 전 입적하신 틱낫한 스님의 ‘하루의 기도’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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