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퍼의 고향(Home of the Whopper)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는 해외 투자를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공짜 점심”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그 ‘영양 성분표’를 다시 봐야 할 때다. 미국 외 시장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마치 맥도날드에서 버거킹으로 갈아타는 정도의 변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 건강한 대안도 있다.
작년까지 외국 주식은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살지만 부진했던 신흥국 시장은 미국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약 5% 정도만 차지했고, MSCI ACWI에서도 10% 남짓이었다.
하지만 성과만큼 태도를 바꾸는 것도 없다. 한국과 대만—MSCI 기준으로는 여전히 ‘신흥국’—이 주도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ETF를 통해 이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도 모른 채 신흥국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급성장한 Roundhill Memory ETF의 자산 중 거의 절반이 한국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적극적으로 신흥국 투자를 노리는 투자자조차 비슷한 구성의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다. MSCI 신흥국 지수의 약 28%가 이 두 한국 기업과 대만의 TSMC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기술주다.
전통적으로 신흥국 시장은 금융·유틸리티·자원 기업 중심이었고, 낮은 P/E 비율은 불안정성과 부패 때문이었다.
겉보기엔 현대적이고 번영한 한국이 이런 범주에 묶이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한국의 선행 P/E는 터키·브라질·남아공과 비슷한 한 자릿수이며, 인도·태국·멕시코보다 훨씬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2025년 초 이후 306% 상승한 한국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일시적으로 높은 이익률 덕분에 싸 보일 뿐이다. 가격이 여전히 합리적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이들 기업의 운명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AI 사이클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iShares Emerging Markets ETF 같은 단일 펀드 하나로 손쉽게 분산투자가 가능했다. 지금은 조금 더 손이 가더라도 베팅을 나누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멕시코·태국·인도·터키의 정치 상황을 깊이 알 필요는 없다. 그 나라들이 서로 매우 다르다는 사실만 이해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그곳에 투자하는 매력이다. AI 중심이 아닌 시장에 소액을 배분하는 것도 ETF를 통해 간단하고 저렴해졌다.
위험하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Spencer Jakab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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