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바구니
*K자형 경제는 경제 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계층·산업·기업 간 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프를 그리면 한쪽은 위로 상승(↑), 다른 한쪽은 아래로 하락(↓)해 알파벳 K 모양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K자형 경제는 식품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때 두텁고 안정적인 중산층을 기반으로 했던 전통적인 전략은 사실상 무너졌다. 과거 대중 전체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들은 이제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층을 위한 전략과, 주식시장 상승으로 자산이 불어난 고소득 소비자층을 위한 전략, 이렇게 두 가지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식품 대기업들은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들이 과도한 가격에 반발하고 판매 물량이 감소하자, 펩시코와 제너럴 밀스 같은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이러한 ‘절약’에는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소비자들은 대용량 구매나 멤버십 혜택을 통해 할인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많은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할인 상품의 초기 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더 작은 저가 포장을 구매하면서 오히려 단위당 가격을 더 비싸게 지불하게 된다.
물론 가격 격차는 항상 존재해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식품 물가 상승과 사상 최고 수준의 소득 불평등이 겹치면서 그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은 서로 다른 경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3년간 제너럴 밀스, 크래프트 하인즈, 코나그라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최근 빅테크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필수소비재 기업들로 일부 이동하면서 다소 반등이 있었지만, 기업 가치 평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가는 향후 예상 이익 대비 약 1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5년 평균인 약 16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식품 기업들이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소비자 기반에 맞춰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면, 현재의 저평가 국면은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너럴 밀스는 그 위험성을 보여준다. 지난주 이 회사는 인플레이션과 푸드스탬프 같은 정부 지원 축소로 인해 “특히 중저소득층에서 상당한 소비자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연간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그날 주가는 7% 하락했다.
이제 기업들의 과제는 소비자의 상황에 맞춰 그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지출 부담을 충분히 낮춰야 한다. 그래야 단위당 가격이 더 높더라도 해당 제품이 주간 장바구니에 계속 포함될 수 있다.
코나그라 브랜즈(슬림짐 제조사)의 수석 부사장 밥 놀런은 최근 소비자 콘퍼런스에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다음 월급날까지 “장바구니 단위, 심지어는 끼니 단위로 소비를 계획하며” 쇼핑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고소득층은 할인 행사가 시작되면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충분한 현금 유동성과 넓은 저장 공간—큰 팬트리나 추가 냉동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일 상품을 10개씩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콘퍼런스에서 크래프트 하인즈의 최고재무책임자 안드레 마시엘은,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와 여유 자금을 가진 소비자 모두에게 효과적인 할인 전략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식품 기업들에게 ‘모두에게 통하는 단일 전략’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의 승자는 달러스토어 진열대에서 빠르게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고소득 소비자들의 관심도 끌 수 있는 마케팅과 가격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David Wainer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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