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것은 가고
지난 금요일은 최근 몇 달 사이 미국 증시에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인 날이었으며, AI 열풍에 힘입은 강세장을 타고 있던 투자자들에게는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통했던 전략은 다시 잘 나가던 종목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급격한 매도 이후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들이 갑자기 재조명받는 경우도 있다. 에버코어 ISI의 전략가들은 대형 펀드들의 ‘디그로싱(de-grossing)’—기존 승자 종목을 대거 매도하고, 부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청산하는 움직임—이 그런 전환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소비자 행동을 바꿨을 때의 ‘명확한 투자’ 사례를 떠올려 보자.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영화관에 가거나, 오프라인 쇼핑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외식을 할 수 없게 되자 줌(Zoom), 펠로톤(Peloton), 쇼피파이(Shopify), 도큐사인(Docusign) 같은 기업들은 큰 수혜를 입었다. 반면 카니발(Carnival), 메리어트(Marriott), 치즈케이크팩토리(Cheesecake Factory), 시네마크(Cinemark) 같은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지나치게 과열됐다. 2020년 11월, 첫 번째 유망한 백신 임상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팬데믹 수혜주 바스켓은 250% 급등한 반면, 피해 기업들은 급락했다.
백신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방향으로 큰 움직임이 나타났고, 과도하게 오른 코로나 수혜주들은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당시 패자였던 종목들은 훌륭한 매수 기회로 드러났다.
항상 이렇게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또 다른 사실은 AI에 노출된 미국 대형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며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다만 어떤 가격이든 상관없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과열된 테마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는 S&P500 동일가중 지수와 시가총액 가중 지수 간의 극단적인 격차다.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동일가중 지수는 S&P500 대비 이례적으로 41%포인트 뒤처졌다. 이는 1997년 초부터 2000년 3월 기술주 버블 정점까지의 49%포인트 격차와 유사한 기간과 규모다.
올해 들어 동일가중 지수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데, 그동안 지루하다고 여겨졌던 종목들이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저가 매수 기회는 다른 곳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소형주와 해외 주식시장도 미국 대형 성장주와의 격차를 일부 좁혔지만, 아직 완전히 메우지는 못했다.
투자 자문사 리서치 어필리에이츠(Research Affiliates)의 가치평가 도구에 따르면, 1월 말 기준에서 밸류에이션이 대체로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간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대형 성장주의 향후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1.4%에 그칠 수 있다. 반면 소형주는 6.8%, 미국 외 선진국 대형 가치주는 7.7%의 연평균 수익률이 예상된다.
지난주의 급등락이 진정한 전환점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근 잘 나갔던 종목에서 그렇지 않았던 종목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출처: 월스트리트 저널 Spencer Jacab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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