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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은 안녕

by 빛너만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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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자보,코린느 위크,오로르 푸메,샤를린 왁스웨일레 글/아니크 마송 그림/ 명혜권 옮김

 
   면지에는 표지의 큰 닭과 작은 닭의 걷고 있는 모습처럼 발자국이 찍혀있다. 
파랑이와 이제도 할머니의 모습이다.

  파랑이가 좋아하는 건 엄마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아빠와 함께 놀아 주는 수요일 오후.
파랑이가 싫어하는 건 추운 겨울, 할머니가 아픈 거, 구구단 외우기, 가장 싫어하는 건 슬픈 것.
  
아이들과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Robin이 좋아하는 건 연근, 사과, 체스, 술래잡기, 엄마
싫어하는 건 새우, 주제글쓰기, 독서록, 엄마아빠가 다치는 거.
 
Thomas가 좋아하는 건 뿌링클, 짜장면, 짜장범벅, 옥수수, 배, 축구
싫어하는 건 수학.

엄마가 좋아하는 건 등산, 떡볶이, 고추장삼겹살
싫어하는 건 높은 곳, 추운 거.

아빠가 좋아하는 건 피자, 엄마.
싫어하는 건 싸우는 거, 개념없는 행동.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이 이제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작년 8월쯤 대장암 선고를 받으셨던 외숙모께서 지난 주말 별세하셨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항상 친절하셨던 외숙모가 돌아가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사람들은 살아야 하기에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평범한 현재를 살아간다.
  
   죽음과 삶의 경계는 너무도 모호한 느낌이 든다.

  어린이날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병원에 계신 외숙모면회를 다녀왔을 때만 해도 저렇게 계시다가도 호전되시면 또 괜찮아지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날 전실을 하던 중  외숙모의 짐에서 현금봉투가 꽤 많이 나왔다.  죽음 앞에 부질없는 돈봉투가 하찮게 느껴졌다. 그렇게 면회를 하고 돌아오면서 그래도  괜찮으실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버이날이 지나고 엄마는 설거지를 하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 길로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가셨다고 했다.

  외숙모는 임종대기실로 옮겨지셨고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셨다. 엄마는 나와의 전화통화에서 잘 하지 않던 "딸,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죽음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며 그 한참 전 유방암선고를 받고 힘든 항암치료를 잘 견디신 엄마의 심정은 어떠셨을까.

  아침일찍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빈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온 한 살 어린 사촌동생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발인이 있던 날,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화창했던 그 날 따뜻한 햇살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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