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지금은 시장 데이터 흐름을 늦출 시기가 아니다.
눈을 뗄수 없는 상황
지금은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기에는 매우 이상한 시기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증권 공시를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때는 난해했던 문서들을 빠르게 처리해낸다. 이러한 흐름은 AI 시스템이 더욱 강력해지고 신뢰성이 높아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 맞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 공시의 양과 빈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공시 과부하를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도구를 막 익히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
3월 19일 연설에서 SEC 의장 폴 앳킨스는 중요성(materiality)의 기준이 합리적인 투자자가 중요하다고 여길 정보에서 벗어나 “특정 투자자가 궁금해할 수 있는 주관적 기준”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공시의 “대대적인 정비(spring cleaning)”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앳킨스의 지시에 따라 실무진은 공시 요건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분기 보고 대신 반기 보고를 도입하는 방안과 임원 보수 관련 공시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I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지금 시점은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 현재 자본시장은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AI는 많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고 있으며, 사모펀드나 사모대출 비중이 큰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가치 평가를 충분히 조정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하락장에서는 정보 흐름을 늦추고 투자자들이 추가로 3개월을 더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투자자 이탈을 부르는 확실한 방법이다.
모든 기업이 간결하고 평이한 설명으로 잘 정리된 보고서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인 기대가 아니다. 공시를 줄일 수 있는 재량을 주게 되면 결국 공시는 더 줄어들 뿐이다.
투자자들은 연차 보고서를 소설처럼 읽지 않는다. 점심 뷔페에서 모든 음식을 다 맛보지 않는 것과 같다. 어떤 이들은 주식보상 관련 주석이나 리스 계약에 관심을 두고, 또 다른 이들은 수익 인식이나 재무제표 외 위험요인을 분석한다. 관심사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 정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고서 길이에 대한 논쟁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한때 방대하게 느껴졌던 보고서도 이제는 AI를 통해 미묘한 변화와 잠재적 위험까지 즉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공시를 준비하는 비용은 미국 자본시장의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설령 SEC가 공시를 대폭 축소하더라도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반기 보고가 일반적이다. 아마도 우연은 아니게도, 이들 시장의 기업 가치평가 배수는 미국 기업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 시장은 미국만큼의 깊이를 갖추지 못했다. 유동성은 투명성에서 나오고, 투명성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충실한 공시는 기업의 자본 비용을 낮춘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 평판이 좋은 기업들은 정부가 공시를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하더라도 분기 보고를 중단하거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월스트리트 저널 Jonathan Weil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