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금쪽상담소에서도 인정하는 교육법 _코파기의 즐거움
오은영 박사의 금쪽 상담소에서도 이 정도면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해 줘야 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게 심지어 검지 손가락을 콧구멍에 쑤욱 집어 놓고 코를 파는 것일지언정.
어젯밤 막내 아이(7살)의 한마디에 나의 위생 관념 및 젠틀맨을 위한 에티켓 교육을 접기로 했다. 한여름 밤 숙면을 위해 샤워를 시원하게 마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기분 좋게 침대에 누웠다. 하루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저녁도 다 먹고, 샤워도 다 했고, 오늘의 모든 일과가 다 끝났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누워서 서로에게 굿 나이트을 나긋이 불러주고 휴식과 숙면을 취하면 되는 순간!
사랑스런 눈으로 막내 아이를 바라보면서 굿 나이트을 외치려는 순간 아이의 손가락이 콧구멍 속에서 꿈틀대면서 한순간 내 평안한 마음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코파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만족스러워하면서 한마디 하는데 그만 인정하고 말았다.
Picking nose never gets old. It is like finding a treasure. Hum...
(코파는 건 질리지가 않아. 보물을 찾는 기분이야. 음...)
이렇게도 좋아하는 일인데 위생 관리니 에티켓이니 소리치면서 외쳐봤자 아이들 귀에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아이의 만족스러워하면서 입을 반쯤 벌리고 캬~하는 분위기를 생성하면서 즐기는 일인데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그냥 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오은영 박사의 금쪽 상담소를 보고 배운 바로는 아이 교육의 #1 Rule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자'였다. 코 파는 행동이 남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은 인정한다. 내 아이가 하더라도 얼굴이 찡그려지는데... 사실 코를 판 후 뒤처리만 깨끗이 한다면, 사실 콧속 정리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 미국의 한 작가는 '코파기의 즐거움'이라는 코파기에 대한 진지한 연구서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집 밖에서도 수시로 코를 파는 일이 보기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 아이들 적어도 집 안에서는 아이가 즐기고 행복해지게 하는 일을 그냥 내버려두고 보는 게 어떤가 하는 웃픈 고민에 휩싸였다. 내 혼자서는 고민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오은영 선생님께 상담을 좀 요청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