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뒷집 준범이

준범이는 몇 살일까? 6살, 7살 정도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엄마가 일하러 가야해서 하루종일 둘이 있어야 하는데 밖에 나가면 안된다고 하면 나가서 놀고 싶어도 참고 하루종일 집에서 잘 보낼 수 있어? “
“응, 밖에 안나갈꺼야.”
방에서 혼자서 매일 하루를 보내는 준범이의 모습이 상상되어 눈물이 난다.
‘하루종일 얼마나 심심할까.’생각해보지만 나름 즐겁게 보내는 것 같다. 근데 또 점심은 어떻게 먹나 하는 걱정이 된다.
창문에 키가 닿지 않아 까치발을 들고 창문밖을 바라보는 준범이의 모습이 애잔하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 울었다. 아이들은 왜 이 그림책이 슬픈지 모른다. 왜 모를까. 엄마가 항상 옆에 있어서 그럴까. 우는 엄마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맛있는 냄새라도 나지 않았다면 몰랐을텐데 매일 맛있는 걸 먹는 강희와 강우가 부러웠을까. 아니면 그저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까.
밖에 나가서 함께 놀수없는 준범이네 집에 찾아와준 앞집아이들과 준범이네 창문으로 짜장면을 넣어주시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감사하다.
앞의 면지에는 준범이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앞집의 모습이 보인다. 준범이도 저 마당에서 얼마나 놀고 싶었을까.
아이들은 같이 놀면 운동장에서 놀아도 몇시간도 놀 수 있다. 우리 집 꼬마는 하교 후에 친구들이랑 노는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그렇지만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은 하교 후 친구들이 학원가기전 잠깐의 짬인 20분정도이다. 더 놀고싶지만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간다.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적다. 혹은 같이 놀려면 같은 학원에 같은 시간에 가야한다. 친구의 학원차를 같이 기다려주며 같이 놀고싶은 우리 집 꼬마의 마음. 그렇지만 공부하는 학원엔 가고싶지 않은 꼬마는 학원에 가겠다고 하진 않는다.
그림책이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다. 드라마건 소설책이건 그림책이건 모두 해피엔딩이 좋다. 마지막 면지의 할머니와 준범이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준범이에게 할머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저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혼자 있는 아이가 있으면 관심을 가져주는 일, 함께 음식을 나누어먹는 일. 우리는 너무나 건조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기사를 보았다.

https://www.fnnews.com/news/202210260630291523
어느 탈북민의 고독사에 관한 기사다.
한 아파트에 살면서 사람이 죽은지 1년이 다 되도록 모를 수 있을까. 우리 아파트였어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집 위층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새벽같이 지하철역까지 꽤 먼거리를 걸어가셔서 지하철을 타고 의료기센타에 다니시는것 같다. 한번은 공동현관에서 힘겹게 조금씩 움직이시기에 왜 그러시냐고 여쭈어보았더니 지하철역에 바삐 걸어가시다가 넘어지셔서 다시 돌아오시는 길이시라고 하셨다. 너무 힘겨워보여 부축해서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하시며 천천히 당신 혼자서 가시겠다고 하셔서 먼저왔다. 아드님이 근처에 사시는데 걱정할까 얘기도 안하실꺼라고 하신다. 매일 위층에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달그락하는 소리가 난다. 때마다 할머니가 뭘 저렇게 부지런히 하실까 싶었는데 문득 할머니께서 잘 지내고 계신다는 소리일꺼란 생각에 안심이 된다.
무연고자 분들의 고독사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바쁜 하루를 살아내기에 모두가 바쁘고 세상은 더 바빠지기만 할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따뜻한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