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육vs한국교육] 내 것은 내가 선택할 권리
미국 생활과 비교해서 한국 생활의 편리한 것 중의 하나는 단연 이발과 미용이다. 아파트 상가 건물 내에 꼭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미용실(또는 이발소)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선택권도 많지만 미국과 비교해서 비용도 저렴하다. 집 앞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 이발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어찌나 편한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두 남자 아이의 이발을 맡겨 놓고 다만 한 시간만이라도 자유부인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내려고 치면 머리를 다 마무리하기 전에 미용사가 꼭 질문을 해 온다.
어머님, 머리 길이 맘에 드세요? 어떠세요?
물론 내가 보호자이긴 하지만 아이의 머리인데 아이에게는 물어보지 않는다. 초등학교 삼 학년 정도면 자기 의사표현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당사자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 질문을 들으면 나는 바로 아이에게 물어본다.
제임스, 어때? 머리 길이 맘에 들어?
한국에서는 아이의 의견을 무시하기도 하지만 묻지조차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미국에서 쇼핑을 하다가 놀란 광경을 본 이후부터는 나도 어린 아이들이지만 의견을 물어보게 되었다.
하루는 'Nordstrom Rack'에서 신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 가게의 특징은 'Nordstrom'이라는 백화점에서 팔다 남은 이월 상품을 한 곳에 진열해서 세일 가격으로 팔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국 사람들이 TJ Maxx만큼이나 좋아하는 쇼핑의 명소이다. 쇼핑센터의 특성상 신발이 어른과 아이, 남자, 여자 구분이 진열대 하나 사이로 빼곡히 놓여있다. 성인 여자 신발 칸 뒤에 바로 아이들 신발이 진열되어 있었다. 진열대 사이로 들리는 대화 소리에 귀가 쏠렸고 아이는 대답이 없는데 엄마는 계속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발을 찾다 보니 아이들 섹션까지 무심코 넘어가게 되었고 순간 엄마와 두세 살 밖에 안된 아이를 발견하였다.
엄마는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어린아들 앞에 서너 켤레의 신발을 늘어놓고는 아이 보고 고르라는 것이었다. 어떤 신발이 맘에 드는지? 어떤 색깔이 좋은지? 여러가지를 물어보는 중에 아이도 완벽하지 않은 문장으로 손가락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아이가 고른 신발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나갔다.
그 광경을 본 후부터 내 아이에 대한 교육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의 물건이나 음식을 고르게 되는 경우에 엄마인 내가 선택해 주기보다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구입하고 있다. 단, 예외는 있다. 장난감 코너에서는 절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나는 한 달 생활비를 장난감 구입에 몽땅 써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