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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화vs한국문화] 미국 냄새

빛너만 2022. 2. 2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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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한파의 끝을 맺으려는 듯 봄비가 내렸다. 봄소식은 봄바람도 개나리 꽃망울도 아닌 봄비로 가장 먼저 알려오는 것 같다. 봄바람도 웬만큼 기온이 오르고 따뜻해져야 내게 느껴지고 개나리는 어딘가 피어있어도 아파트 빌딩 숲 속에서는 도통 개나리를 찾아볼 수가 없으니 볼 수가 없다. 시골길 어딘가에는 소박하게 몽우리를 품고 있겠지만…

아침에 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오후로 갈수록 진눈깨비로 바뀌어버렸다. 눈도 아닌 비도 아닌 것을 처음 본 아이들은 “우와 이게 뭐야? 눈이야? 비야?” “진눈깨비라고 해. 비하고 눈 하고 섞여서 내리는 거야.”

미국 우리동네도 눈은 오지만 남부에 가까워 매서운 겨울은 없다. 아이들이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렇지 눈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마냥 신기해한다. 미국에도 진눈깨비 내리는 구만… 새로운 것만 보면 대단한 발견인 양 좋아하는 아이들의 낙천적인 마음이 감사하고 부럽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건물 앞으로 걸어가면서 뜬금없이 막내가 

“미국 냄새 난다.” 한다. 

나는 속으로 ‘미국냄새, 그게 뭐지?’ 혼자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미국과 한국 음식사이의 대표적으로 구별되는 냄새라면 버터, 치즈 냄새, 김치, 된장 냄새 정도인데 비 오는 아파트 주차장과 길 사이에서 버터와 치즈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꽃향기나 좋은 향수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막내도 아이 감성으로 “음 미국 냄새”라고 하는데 섣불리 질문을 했다가 그 기분과 냄새까지 날려버릴까 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나혼자 알아보려고 숨을 코로 연신 들이마시면서 미국 냄새가 무엇일지 콧속으로 들어오는 냄새들을 세세히 분석했다.

 

비 오는 날 길 한가운데에서 나는 냄새란… 아무리 맡아도 흙냄새뿐인데… 그러고 보니 아스팔트 길 위에서 나는 온갖 매연, 먼지, 자동차가 뿜어내는 여러 잡내음을 빗물이 덮었나 보다. 흙냄새 그 모든 것을 덮었는지 빗물+흙냄새만 났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우리 집 뒷마당 냄새… 아하 우리 집 주변을 둘러싼 마당, 잔디들…

아 흙냄새, 풀냄새 이걸 미국 냄새로 기억하는구나. 

믿거나 말거나 아이가 기억하는 미국 냄새는 흙냄새였다. 

이번 주말에는 미국 냄새 맡으러 미국까지는 못 가지만 동네 공원에라도 데려가야겠다. 

아이가 기억하는 한국 냄새는 무엇일까? 

미국에 가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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